🌳(광고) 오랜만이에요, 포토로컬입니다.

안녕하세요? <페이퍼로컬> 특별판 <포토로컬>입니다.

2021. 10. 12.

안녕하세요,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비로컬의 군씨입니다. 좋은 사진과 글을 보내드리려고 계속해서 수정하다보니 조금 늦어졌어요.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해요😅

지난 포토로컬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있는 분들이나 공간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요. 아마 그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그래서 도대체 로컬이 뭔데?' 라고 되물으실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좀 알겠다 싶으면 다시 저만치 멀어지는 느낌이요. 그래서! 혼자 공부를 시작했답니다. 책으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제가 가보지 못한 그리고 어쩌면 갈 수 없는 로컬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해를 넓혀보려고요.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일본의 D&DEPARTMENT 대표인 나가오카 겐메이의 책들이었어요. 디앤디를 시작하면서부터 틈틈히 적어왔던 일기들을 모아놓은 책들이라 가볍게 술술 잘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는 꽤나 묵직하더라고요. 밑줄 그었던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포토로컬 사진을 보다가 생각난 것들을 중간중간에 넣어봤어요. 같이 읽어볼까요?

경제적 대가를 받은 광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 담당자 추천 음악: 이해원 _ 시간에 기대어 (최진 곡)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지만

그래서 모습도 변하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지만,

그 모습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로컬에는요.

(가곡인데 누가 듣기에도 참 좋을 것 같아 가져와봤어요:)

강원 영월·태백

지난 포토로컬 이후로 다녀온 곳 중에, 가장 먼저 기억난 곳은 강원도에요. 사실 그보다 전인 6월에 강원도 평창을 다녀왔는데, 아래 사진이 그때의 평창이에요. 당시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춰있었는데, 어느새 추위가 찾아와 다음 기회로 미뤄졌네요.. 다시 날이 풀리면 저곳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 있을지도 기대해주세요!

이번에는 영월과 태백을 중심으로 다녀왔어요. 숙소 앞 아침 풍경인데, 일단 한 번 보시죠. 뉴스레터 해상도가 정해져 있어서 큰 화면으로 못 보여드려 아쉽네요! 마스크 너머로 영월의 시원한 공기가 느껴지시나요? 영월이라는 공간에 지금까지 쌓인 시간이 고스란히 보이는 듯 하여, 잠깐의 틈이었지만 호다닥 담아보았어요. [큰사진보기]

영월에 이어 태백에서도 몇 분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났는데, 그 중에 <고백캔들>의 김보연 작가님의 이야기와 겐메이의 이야기가 오버랩됐어요. 작가님은 태백의 향과 이미지를 초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산에 갈 때면 늘 욕심쟁이가 되신다고 해요. 이것도 담고 싶고, 저것도 담고 싶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태백의 자연에 흠뻑 취해 그 아름다움을 전달하려는 모습이, 버려진 디자인의 가치를 구제하고자 동분서주했던 겐메이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답니다.

[고백캔들SNS] [고백캔들 스마트스토어]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며, 직접 제작하신 성냥 한 갑을 선물받았어요. 태백의 향취를 담고자 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성냥이지만 볼 때마다 태백이 생각나더라고요?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기념일 때만 조금씩, 소중히 사용할려고요. 첫 개시는 8월에 있던 제 생일이었어요.

태백의 마지막 모습은 이 사진으로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무브노드> 김신애 대표님 설명에 따르면, 비가 많이 온 다음에야 모습을 보이는, 보통은 볼 수 없는 귀한 폭포라고 해요. 이름하여 '비와야폭포' 이건 영상으로 담아놓은 게 있는데 이메일로는 못 보여드리는 게 아쉽네요.. 저는 이번 여정으로 태백의 겨울이 궁금해졌어요. 올 겨울, 훌쩍 떠나볼지도 모르겠어요!

강원 양양

태백을 넘어 양양으로 향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러 숙소도 양양에 잡고 하루 일찍 넘어왔지요.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동해바다였는데, 저도 모르게 다가가 바지가 젖을 정도로 빠지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 들어왔답니다.

양양 서피비치 :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해안길 119 서피비치 [지도 보기] [서피비치SNS]

인천 강화

지난번 인천 개항로를 넘어, 이번에는 강화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청풍> 유명상 대표님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쌓았던 동네에 대한 '감각'을 이야기 해주었어요. 위에 적힌 겐메이의 이삿날 느꼈던 동네에 대한 느낌도 그렇고, 태백이라는 곳에 대한 김보연 작가님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두들 '시간'이 쌓인 뭔가를 느끼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영 중인 <순무민박> 공간도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편안함이 있달까요. 처음 만난 공간이었지만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았어요.

아삭아삭 순무민박 :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368번길 6 2층 [지도 보기] [순무민박SNS]

<청풍>에서 운영중인 강화 굿즈샵 <진달래섬>도 가보았는데, 주위 공간에 잘 녹아든 모습 때문인지 순간 지나쳐 버릴 정도였어요. 물론 그 문만 열고 들어가면, 반짝반짝 빛나는 강화의 모습이 각양각색으로 담겨있는 굿즈들을 만날 수 있지요. 지나가던 길냥이도 쉬어가는 아늑한 곳이었어요.

진달래섬 : 인천 강화군 강화읍 청하동길 3 [지도 보기] [진달래섬SNS]

세종 조치원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조치원 문화정원이라는 곳이에요. 2013년 폐쇄된 정수장이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지금은 새롭고 다양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에요. 예전에는 물이 모여 정수되어 각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면, 이제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가 이뤄지고 있었어요. 조금만 돌아봐도 예전 정수장의 흔적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쌓여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가치로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어요.

조치원 문화정원: 세종 조치원읍 수원지길 75-21 조치원문화정원 [지도 보기] [문화정원SNS]

겐메이의 책을 읽으며 제 눈에 많이 밟힌 단어는 '시간'이었어요. 쌓여진 시간은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 되며, 그것은 다시 사용자와의 '관계'로 이어졌어요. 아마도 로컬이라는 것은 시간을 기반으로 새롭게 관계들이 만들어져 가는 곳이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된 소식 한 가지 전해드리며 마칠게요. 세운상가에서 <매거진 세운>이라는 로컬 매거진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세운상가 일대에 대한 기록과 콘텐츠 제작부터 독립출판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해요. 저도 사진 찍으러 종종 가곤 하는 곳인데, 정말 매력적인 곳인 것 같아요. 관련 정보는 여기를 눌러주세요.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칠게요!

다음에는 더 좋은 사진으로 인사드릴게요:)